제목: 예당저수지의 이야기
이름: 이효철


등록일: 2009-12-31 23:28
조회수: 3731 / 추천수: 342


 동문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오랫만에 새 글 올립니다.
 좋은 시간 되시기를............

 

   예당저수지의 이야기

  30여 년 전 낚시 전문잡지인 낚시춘추에 실렸던 독자투고란의 글 중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이 있어 기억나는 그대로 소개해보는데 그 글의 줄거리는 이렇다.
 서울의 어느 시장 상인들의 친목 낚시회 가족 낚시 대회가 예당저수지에서 열렸는데 그 회원 중 성격이 급한 한 신랑이 낚시가 서툴다고 집사람에게 종일 싫은 소리를 해대니 기가 죽은 부인은 나중에 남편이 시키는 대로 구석진 곳에 가서 한 대의 낚싯대로 낚시를 하다가 그만 큰 고기를 걸어 부부가 함께 그 붕어를 낚아냈는데 그 월척 가까운 붕어가 그날의 우승이었다는 내용이 있었고 그 대회 후 정확히 일 년하고도 열 달 되는 날인 그 부부의 첫아들 돌잔치에 모인 시장상인들의 관심........
 “야 이 녀석이 예당이냐? 그놈 붕어눈을 닮아서 그런지 눈도 크고 잘 생겼다.”
 하며 야단을 떨었는데 나이든 낚시회장인 번영회장은 아예 정색하고서 두 부부를 앉혀놓고 이 아들이 그날의 피로를 무릅쓰고 부부가 합심하여 만든 사랑의 결실이 맞느냐고 묻는 말에 부인은 얼굴만 붉히며 아무 말도 못했고 남편은 그저 싱긋이 웃고만 있었다는 것이 그 글의 요지다.
 그런데 십여 년 후 그 글의 필자가 다시 투고한 글이 또 낚시춘추의 독자의 란에 실렸는데 그 내용인즉 십여 년 전 그 예당저수지 가족낚시대회 이야기를 소개한 후 사십대가 된 예당이 아버지가 어느 가을 초등학생인 그 아들을 데리고 예당저수지에서 그 낚시회의 낚시대회에 참가해서 이번에는 아들 예당이가 최대어를 잡아 우승을 했다는 이야기를 적은 글이다. 그 글에는 세월이 흘러 원숙해진 아버지의 모습과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묻어나는 내용이 잔잔히 담겨있어 그 느낌이 내 기억 속에 지금까지도 잊히어지지 않고 남아있다.
 아마 예당이가 낚시대회에서 우승한 때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예당저수지로 출조하는 것은 힘든 장거리 출조로 여겨지던 관광버스 낚시시절로 그 때는 한남동의 제3한강교 그러니까 지금의 한남대교 건너기 전 낚시가계들 앞에는 일요일 새벽마다 많은 낚시회 출조 버스가 성시를 이루던 때일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번째의 글을 읽을 때까지도 나는 그 유명한 붕어낚시의 신병훈령소인 예당저수지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예당이 부자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나는 언제 한 번 낚시꾼의 순례 성지인 예당저수지에 가서 붕어낚시를 해보나 해왔다. 

 내가 예당저수지를 처음 찾은 것은 자가용을 몰고 다니고 나서도 한참 후의 일인데 낚시를 시작한 것이 고등학교 일학년 때인 63년이고 처음 자가용을 몰기 시작한 것이 86 아시안게임 때니까 낚시를 시작한 지 20년이 훨씬 지난 후에야 오매불망 그리던 그 예당이의 예당저수지를 찾은 것인데 그 때가 언젠지는 확실히 기억하지가 않다.
 분명한 것은 그날 모처럼 집사람과 둘이서만 차를 몰아 온양에서 예산 방면으로 가다가 도로 표시판과 지도를 보고 저수지를 찾아 도착했는데 저수지제방의 우측 길은 아직 포장되기 전인 것으로 기억된다. 저수지 제방 우측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제일 처음 보이는 좌대들 중의 하나에 올라 한나절 낚시를 담근 것이 나의 최초 예당지 조행이었는데 그 좌대를 탄 곳은 노동리의 요새 예당수퍼 좌대라고 불리는 지역 같다.
 그 날 그 넓디넓은 예당지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는데 밥집을 찾아 좌대를 타겠다고 했더니 의외의 손님이었는지 놀라는 모습이었고 그래서 살펴보니 낚시터 밥집 그리고 근처의 낚시가계들의 모습을 보아도 평소에 거의 손님이 없었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후 바람이 셌던 기억으로 보아 초봄인 것 같았는데 평소에 가고 싶어 하며 붕어낚시꾼들로 붐빌 거라고 상상해왔던 예당지저수지 낚시터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아 이럴 수가......... 그렇게도 오고 싶었던 예당저수지가 충주호 때문에 완전히 죽었구나. 대한민국의 조사들이 다 충주호로 모이는 통에...........’
 당시 충주호의 인기는 대단한 때였고 나도 이미 충주호에는 서너 번 다녀온 후라 충주호의 시원한 찌 올림과 굵고 당찬 손맛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익히 아는 바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예당저수지가 조사들에게 이 정도로 외면당하고 있다니 정말 의외였다.
 그날 제법 세찬 봄바람이 불어대는 상황에서 세 자 내외의 수심에 던진 낚싯대에 지렁이 미끼로 손바닥 크기의 붕어들이 제법 달려 나왔는데 내가 좌대안의 방안에서 석유버너로 라면을 끓이는 잠깐 동안 낚싯대를 잡은 집사람이 그 짧은 시간에 출렁대는 물결 때문에 찌 보기도 힘들었을 터인데도 글쎄 세 마리나 붕어를 낚아냈다.
 보통 이 정도의 조황이라면 평년작을 넘는 준수한 수준이지만 낚인 붕어가 충주호에 비해 씨알도 잘고 대부분 몸에 검은 점들이 있어 충주호의 붕어가 서울의 멋쟁이 아가씨라면 예당저수지의 붕어는 촌티 나는 어린 시골처녀처럼 확연히 구별되어 별로 흥이 나지 않았다.
 바람도 점점 더 세차게 불어 곧 대를 걷었는데 아예 거룻배도 좌대 탈 때 직접 저어 좌대 한쪽에 매어놨었기에 예정보다 일찍 철수한다고 큰 소리로 밥집 쪽으로 ‘배......, 배.......,’하고 큰 소리로 한참 떠들어야하는 소동도 없이 물 밖으로 나와 귀가했고 그 뒤로는 한참동안 예당저수지를 찾지 않았다.
 오랫동안 예당이 부자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항상 상상하며 기대해왔던 꿈의 예당저수지는 마치 큰 기대를 하고 나서 맞선 본 여자가 보는 순간 이건 아니구나 하며 얼른 그 자리를 떠나고 곧 잊은 경우처럼 이후로 나는 예당저수지에 대해 관심을 별로 가지지 않았다.

 내가 다시 예당저수지를 찾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정도 후인 2000년 초 늦겨울로 예당지의 한쪽에서는 물낚시를 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아직 얼음낚시가 한창이던 때이다.
 대전에서 거의 십년간 회사를 다니다가 근무지가 바뀌면서 두어 달 쉴 수 있었던 때인데 모처럼 예당지에서는 물낚시가 된다 해서 혼자 예당지를 찾았다.
 모처럼 다시 찾은 예당저수지의 분위기는 10년 전의 모습과는 전히 변해있었다. 그 날은 주중인데도 웬만한 포인트에는 거의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고 주차도 힘들었으며 특히 동산교 포인트에는 트럭을 붙여 차린 이동식당이 북적일 정도로 인산인해였다.
 저수지를 여기 저기 돌아보니 대부분 도로는 이미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었으나 아직 장진리 부근은 도로 공사 중이었는데 그 곳에서 적당히 물가에 자리를 잡고 한나절 낚시를 즐겼다. 장진리 쪽도 대부분 그럴듯한 자리는 이미 선객들이 곳곳마다 차지해서 자리 잡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는데 그런대로 자리를 찾아 앉아 대를 펴니 그 겨울 물 낚시치고는 입질도 잦았고 씨알도 그런대로 쓸 만했다. 주위의 조사들도 종일 자리를 지키며 간간히 붕어를 낚아내는 모습이었다.
 주위의 낚시점에서 예당지가 붐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평일에도 이럴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한참 찌를 응시하다가 문득 예당이의 상상을 다시 떠올리기도 해봤지만 예당이 부자가 대를 담갔을 때인 그 시절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주위가 모두 낯설어보였다.
 
 며칠 후 다시 예당저수지를 찾았는데 평소 친하게 지나던 한사람을 불러내서 아침 일찍 대전을 출발한 후 예당저수지에 도착해서 이번에는 교촌리의 좌대에 올랐다. 좌대까지는 전기모터로 조용히 움직이는 보트를 이용해 올랐는데 10여 년 전 처음 예당저수지를 찾았을 때의 좌대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이었다. 몇 년간 틈틈이 다니던 안성 두매저수지의 좌대보다도 더 잘 꾸며져 있었다. 소문에는 예당저수지에 전기는 물론 난방시설에 텔레비전까지 갖춘 호화 좌대도 있다는데 내가 오른 좌대가 그런 곳은 아니었지만 예당저수지의 좌대는 시설 경쟁이 한창 심한 모양이었다. 좌대 앞에는 약간의 살얼음이 잡혀있었으나 금방 풀려 대를 평성하고는 곧바로 헛챔질로 밑밥을 주고 나서 짝밥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그 날도 아직 늦겨울의 주중이었는데 부근의 좌대에는 거의 낚시꾼들로 차있었고 그런대로 간간히 입질을 받아 붕어를 낚는 모습이 보였지만 어찌 나와 동행한 친구는 종일 거의 입질을 받지 못했다.
 둘이는 그래도 끈질기게 미끼도 갈아주고 밑밥질도 해대다다 준비해간 통닭과 즉석에서 끓인 라면을 안주삼아 소주도 마셔가며 종일 이런 저런 이야기로 거의 종일 시간을 보냈다.
 “참 오랜만에 낚시터에 와봅니다. 애들 어렸을 때까진 주말이면 운암댐 상류로 주말마다 밤낚시를 다녔는데 요샌 산에 다니면서부터 낚시를 끊은 지 한참 되지요. 이형 아니면 아마 여기 안 왔을 거요. 그래도 물가에 와보니 공기는 역시 좋은 거 같네요.”
 동행한 일행은 모임에서 매달 만나는 분으로 몇 년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부인이 하는 일을 도우며 지나는 터라 시간 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 입질도 없는데 한잔 더 합시다. 예당지가 나는 오늘이 세 번째인데 워낙 넓어놔서 어디가 좋은 데인지 감이 없어요........옆에선 그런대로 나오는 걸 보니 여기도 나쁜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
 둘이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예당이 이야기도 화제에 오르게 됐다.
 “참 옛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기억하고 계시네. 이야길 듣고 보니 어디선가 예당이 부자가 정답게 앉아 낚시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거 같군요.”
 “어, 그래요? 거, 참....... 저는요, 예당저수지 오기 전에는 그런 모습이 상상됐는데 오히려 여기 오고 나서는 그 모습을 잊었어요. 예당저수지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니까요. 자 한잔 더........”
 “그래요? 그런데 이 형 부자도 예당이 부자보다 더 낚시광일 텐데 안 그러우?”
 “그런가요, 난 아직 그런 생각까진 안 해 봤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 큰 아들도 초등학교 일학년 때 월척을 낚은 월척조사지요.”
 “일학년 때 월척을요? 어디서요?”
 “그러니까 그것이 내가 자가용 몰고 나서 첨으로 얼음낚시 간 때였는데 강화도에 황산도 저수지라는 곳이죠. 마누라 그리고 우리 두 아들 이렇게 네 식구가 갔지요. 한 삼사백 명이 낚시하러 온 중에 우리 큰 녀석이 딱 한 마리 낚아낸 것이 꼭 삼십 점 삼 센티의 월척 붕어로 그날 거기 황산도저수지에서 유일한 월척이었답니다.............”
 아들이 월척 낚아낸 이야기도 한참이나 자초지종을 늘어놓으면 긴 이야기여서 그 이야기를 한참 늘어놨는데 그 후 이야기는 다시 예당이로 돌아왔다. 일행이 물었다.
 “그런데 그 예당이가 지금 몇 살이나 됐을까요......?”
 “예당이 나이라....... 글쎄......... 내가 장가가기 전에 첫 글을 읽었는데 그 때를 75년 정도라 보면........ 그 예당이라는 친구 우리나이로 스물다섯, 내 큰아들보다 세 살 정도 위겠네요.”
 “이형 그거 낚시춘추에 연락해서 ‘그 옛날의 예당이의 지금 모습’이라는 특집기사 내락하소. 아주 재미있겠는데, 텔레비전 그리운 얼굴 프로처럼 말이우......... 하하하.”
 “그럴까요? 그거 그럴듯한 생각입니다. 그럼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
 그 순간 일행이 다급히 외쳤다.
 “어어, 이형, 찌, 찌,........”
 나는 재빨리 눈을 돌려 서서히 솟아오르는 찌를 보면서 낚싯대를 당겼다.
 
“음, 걸었어요.........까딱했으면 놓칠 뻔 했네....... 그놈 힘 좀 쓰는데........”
 잠시 후 건져낸 놈은 거의 월척에 가까운 떡붕어로 그 한 마리가 그날 일행의 유일한 조과였다.                                                                             (2009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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