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후 회
이름: 조광원


등록일: 2006-03-02 12:55
조회수: 4613 / 추천수: 555


후 회

 

다 쓰러져 가는 대폿집에서 아저씨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네요. 퇴근하며 지나치는 대폿집을 보면 아버지가 몹시 생각납니다. 고단한 삶을 내려놓고 싶어 대폿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아버지, 고백할 것이 있어요. 사실은 중학교 2학년 때, 술 취한 아버지가 창피했어요. 길을 가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오는 아버지 목소리가 들리면 얼른 남의 집 대문 귀퉁이에 숨곤 했답니다. 여름 방학 때,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날, 아버지는 대낮부터 술에 취해 누군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걸어오셨어요. 마침 아버지 옆을 지나던 내 친구는 힐끔 거리며 도망치듯 뛰어갔어요. 그날도 이 못난 딸은 남의 집 담장 아래 숨어서 아버지가 얼른 지나가기만 바랬어요. 한참기다려도 아버지가 오는 기척이 없기에 고개를 내밀고 둘러봤지요. 그런데 글쎄, 아버지가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일으켜야 되는데 혹시나 아는 사람이 지나갈까 봐 계속 머믓거리고만 있었습니다.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발은 땅에 달라붙었는지 꼼짝할 수 없었지요. 눈물만 주르륵 흘렀습니다. 그 때 열두 살 된 남동생이 오더니 아버지를 힘겹게 일으켜 세워 집으로 걸어가는 게 아닙니까!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누나는 쓰러진 아버지를 외면하고 있는데 어린 동생은 당연한 듯 아버지를 부축해 갔으니까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이렇게 가슴이 아리도록 그리울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길 걸...... 철부지 딸은 아버지의 힘겨움을 미쳐 몰랐었습니다. 글 김 현 연/부산 기장 편집 조 광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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