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편지
이름: 조광원


등록일: 2006-01-21 15:45
조회수: 3671 / 추천수: 352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편지

 

10여년전, 시골학교에서 교사로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 당직 근무 때문에 혼자 교무실에 남아 교무일지를 정리하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찾아 왔습니다. "선상님 안녕하셔유?" 그리곤 불쑥 편지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군부대로 띄우는 편지였습니다. 아들과 함께 군대에 간 친구녀석이 휴가중에 집에들려 하는 말이 부대의 하사관이 대놓고 아들을 미워해서 맘고생이 많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일주일을 괴로워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용기를 내어 하사관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선상님, 내사 워낙 배운 게 없어서리.... 반듯하게 고쳐 써서 좀 붙여 주셔유. 부탁 좀 드리겠구만요." 아주머니가 돌아간 후, 나는 편지를 찬찬히 읽어 보았습니다. 삐뚤 빼뚤한 글씨 그리고 참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였지만 언뜻 보아도 한 자 한 자 힘들여 쓴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아주머니의 투박한 손을 잡고 약속했지만, 나는 편지 내용을 단 한 글자도 고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그 아주머니가 다시 찾아 왔습니다. "핀지를 월매나 조케 고쳤길래.....암튼 이기 다 선상님 덕분여유. 이건 내가 농사져서 짠겅께 고소할 것이요." "아 아뇨, 이러시면 안됩니다." 멋지게 고쳐서 보낸 편지덕분에 아들과 하사관의 사이가 좋아졌다며 기뻐하던 그 분은 참기름 한 병을 내 손에 쥐어주고 날아갈 듯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 나가셨습니다. "하사관 선상님, 지는 암것두 모리는 촌부지만 얼매나 고생하시는지는 잘 알고 있어라. 우리 아가... 말을 더듬어서 쪼매 답답할티지만 이 에미를 봐서......" 그 편지에는 비록 서툴고 맞춤법은 수없이 틀렸어도 어머니의 걱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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