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외로움에 사무쳐...
이름: 조광원


등록일: 2006-01-05 23:50
조회수: 3788 / 추천수: 336


외로움에 사무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고집세고 괴팍하기로 소문난 한 할머니가 관리비가 많이 나온 것도 내 탓, 연체료가 부과 되는 것도 내 탓이라며 툭하면 억지를 부리셨다. 억울하고 속상해서 혼자 울고 있으면 주변 분들이 원래 괴짜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고 다독여 주셨다. 어느 겨울날, 할머니께서 관리사무소로 찾아 오셨다. '오늘은 무슨 억지를 부리실까?' 생각하며 커피 한잔을 타 드렸다. 할머니는 아무 말씀도 없이 커피만 드셨다. 평소같으면 "니가 잘못해서 이렇게 나온거지?" 하며 관리비 고지서를 내 눈앞에 펼쳐 보이셨을 텐데 의외였다. "할머니, 어디 다녀오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내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할머니는 서럽게 우시며 내 손을 잡으셨다. 여태껏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식사했냐는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없었다며, 할머니는 후처로 들어가 자식도 못 낳고 전처 자식들을 애지중지 키웠건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모두 할머니를 버려둔채 외지로 가 버렸다고 하셨다. 퇴근 길에 계란과 감자를 사 들고 할머니 댁에 찾아가 저녁을 차려 드렸다. 밥상 앞에서 할머니가 얼마나 우시던지.....집을 나서려는데 할머니가 속바지 속에 꼭꼭 숨겨 두었던 뭔가를 꺼내 내손에 꼭 쥐어 주셨다. "박 양 주려고 놔둔 거여~,나 때문에 맘 고생 많았지? 양말이라도 사 신어." 한사코 뿌리치는 내게 삼천 원을 쥐어 주신 할머니. 그동안 억지를 부린 것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할머니가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글 박 지 숙/전남 여수 편집 조 광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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