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연대 전투단 훈련 이야기
이름: 이효철


등록일: 2013-03-25 23:41
조회수: 1503 / 추천수: 177


    연대 전투단 훈련 이야기

 아직 어두움이 가시지 않은 야산 중턱에서 휴식중인 침투조 대원들은 교대로 경계를 서가며 품속에 넣어 온 주먹밥과 그리고 수통 컵에 수통의 물을 부어 고체연료로 끓인 라면으로 밤새동안의 긴장을 풀며 요기를 하고 있었다. 연대의 주간공격개시 예정시간인 7시까지 한 시간 정도는 남았는데 침투부대를 인솔해서 천신만고 끝에 적진 방어선 돌파를 성공하여 적진 후방의 적당한 곳까지 도착해서 자리를 잡은 지 이제 반시간 정도 지난 것 같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니 파란 불꽃을 내며 수통 컵의 물을 곧바로 끓여대는 달걀크기의 고체연료는 전날 출동 전 일인 당 한 개씩 지급받은 것으로 나도 군대생활 중 처음 받아 본 물건인데 라면 하나만 끓이기에는 솔직히 아까울 정도로 화력이 좋았다.
 침
투조가 은신하고 있는 곳은 상대편인 홍군의 주 방어선을 돌파한 오륙백 미터정도 후방의 소나무 숲으로 주위에는 상대편인 홍군의 기척이 전혀 없었다.
 
1972년 2월에 내가 소속한 청군인 75연대와 홍군인 다른 사단의 연대가 심판단의 판정에 따라 공격과 방어를 쌍방 기동훈련 방식으로 진행하여 평가받는 연대 전투단 훈련이 진행된 그곳의 훈련지역은 한 밤에 얼음이 두껍게 얼 정도로 추웠지만 침투조가 침투해 자리 잡은 곳은 그 새벽에 바람도 없었고 제법 아늑했다.
 전날 저녁 9시경 대대장의 호출을 받아 침투조 1개분대 병력을 선발해 이끌고 적진 후방으로 침투하라는 명령을 받고 소대의 선임분대인 일 분대 전원과 선임하사 장 중사 그리고 소대장인 나 이렇게 열한 명으로 침투조를 편성해 장비 수령 및 점검 등을 마치고 작전장교인 주 대위와 정보장교 김 중위로부터 적정과 세부 침투 계획 등을 듣고서 대대 집결지를 심판관인 대위 한 명과 함께 부대 집결지를 출발해서 거의 여섯 시간이나 걸려서 부대 집결지에서 7킬로 정도 거리의 적 주방어선을 돌파해서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출
발 전 대대장은 나에게 침투조를 이끌고 적진을 은밀히 돌파한 후 익일 부대가 공격을 개시하여 부대 돌격 직전 대대장의 명령에 따라 후방에 연막탄을 터뜨리고 교란 사격하여 대부대가 적진 후방에 나타나 것처럼 적을 기만시켜 부대의 공격을 도우는 것이 침투조의 최대 임무이며 그리고 가능하면 적의 통신선 등을 절단하고 적 탱크 등을 파괴하는 등 상황에 따라 후방을 교란하라는 요지의 명령을 하달했다.
 철모대신 방한모를 쓰고 담요 한 장과 판초우의 한 장을 어께에 둘러맨 전투복장에 야간위장을 마치고 공포탄 연막통 전투식량 등을 지급받은 침투 대원들을 군장검열 하는 중 대대장이 직접 침투조 앞에 나서서 전 대원들에게 직접 주먹밥을 나누어주면서 격려하며 말했다.
 “이 주먹밥은 각기 자기 품속에 넣어 보관해라. 그래야 식지 않은 식사를 할 수 있다. 알겠는가.”
 대원들은 천에 쌓인 주먹밥 덩이를 받아 품속에 넣기 시작했고 장비들을 다시 한 번 점검 한 후 작전 상황판을 어께에 걸고 P 10 무전기를 짊어진 내가 선두에 서서 침투대원들이 출발했고 선임하사 장중사가 맨 뒤에 따랐으며 심판관인 대위가 일행과 함께 출발했던 것인데 그 때가 열한 시가 조금 지난 한밤중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 전날 밤 나의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에 생긴 기관총 소대의 포로사건으로 그 사건이 밝혀지면 어쩌나 하며 나는 종일 매우 전전긍긍할 때였다.
 그 전날 밤 야간방어 후 내가 지휘하는 1소대에 배속되었었던 기관총 소대가 부대 집결지에 돌아오지 않았고 그날 청군과 홍군 훈련부대 중간 평가회의에서 심판관에 의해 청군의 기관총 소대가 전날 야간 방어 중 포로로 판정받았다는 소식에 부대가 시끄러웠다. 평가회의에 참석 후 부대 집결지로 돌아온 대대장은 나를 불러 화를 내며 어찌된 일이냐고 추궁했지만 나는 기관총 소대가 먼저 귀대한다고 떠났고 1소대는 늦게 출발했는데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고 함구했는데 그 포로 사건의 자초지종은 사실 이렇다.
 그 전날 오후 야전에서 야간 방어 작전회의를 마치고 배속된 기관총 소대와 같이 중대 방어지역과는 제법 떨어져 할당받은 내 소대 방어지역에 도착해서 진지 배치를 하다가 나는 내 총이 없어진 걸 확인하고 당황했다. 기관총 소대장인 양 중위는 대학 시절 학교대표럭비선수를 지낸 학군단동기로 부대에서는 같은 숙소에서 친하게 지나는 사이로 내가 전령을 데리고 총을 찾아올 동안 내 소대 지휘를 양 중위가 대신 맡아 달라 부탁하고 총을 찾아 나섰다가 결국 일을 그르친 것이다. 서너 시간 헤매다가 총은 찾지도 못하고 한 밤중에 진지로 돌아와 보니 양 중위가 자기 소대를 인솔해서 진지에서 내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 뒤로는 내 소대원들까지 철수 준비를 하는 중이라 나는 황급히 소대원들을 멈춰있게 하고 양 중위에게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이제 상황완료시간이 거의 다 됐으니 철수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양 중위에게 진지로 복귀하자고 했으나 양 중위는 그냥 집결지로 돌아가겠다는 거였다. 그럼 맘대로 하라고 화를 내면서 진지로 돌아오는데 진지 전방에 배치됐던 경계병이 급히 다가오며 홍군이 접근한다고 했다. 기관총 소대가 진지로 복귀하기는 이미 늦었고 곧 들이닥친 심판관들에 의해 양 중위와 기관총 소대는 포로 판정을 받고야 말았다.
  홍군들과 심판관들이 돌아간 열시 반 경 나는 소대를 철수시키며 양 중위에게 같이 숙영지로 돌아가자 했으나 양 중위는 나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하고 뒤에 처졌는데 기관총 소대는 아예 숙영지로 귀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 사람 좋기로 이름난 화기중대장도 나에게 어쩐 일이냐고 난리쳤지만 나는 역시 모른다고 함구했다. 직속상관인 2중대장은 별로 말이 없었는데 사실 중대장은 2중대장으로 부임한 지 한 달 정도로 풍채만 좋았지 체력은 별로인 것이 들어나면서 이미 많이 지쳐있었다. 거기다가 무능한 자질이 이번 훈련을 통해 하나 둘 들어나기 시작했는데 훈련 첫 날부터 행군에 뒤쳐져 대대장이 찝차에 태울 정도였고 그 전날 밤중에 잃은 총을 찾아다니던 나는 야간 방어 작전회의 시 확인한 중대 방어지역이 아닌 엉뚱한 곳에 병력을 배치하고는 진지를 구축한다고 어서 호를 파라고 외치는 중대장의 큰 소리와 함께 중대원들의 야전삽 소리를 확인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발길을 돌렸었다. 또 그 전전날 야간 공격 때에도 예정된 돌격지점까지 병력을 도착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선두의 중대장은 돌격 시간이 되자 그냥 그 자리에서 돌격함성을 지르게 하고 곧 중대를 철수시켰는데 중대에 심판관이 동행하지 않아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 일로 지금까지 대대에서 가장 앞서나가던 2중대가 크게 망신당할 뻔 했었다.
 잃었던 내 총은 3소대장 전령이 보관하다가 다음 날 주간 방어 작전을 위해 모일 때 찾았는데 동기인 3소대장 유 중위는 총 보관료 한턱 쓰라고 웃으며 총을 건네면서 내 총은 야간 방어 작전 회의하던 장소에 흘렸던 것이라 했다.
 하여튼 나중에 기관총 소대 포로 경위가 밝혀지면 그동안 탄탄했던 부대안의 내 이미지는 엉망이 될 거고 한 마디로 군대 생활 더 힘들게 될 거라는 걱정에 답답할 뿐이었지만 에라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주간 방어를 마치고 숙영지에서 다음날 공격 준비를 하던 중 저녁에 대대장의 호출을 받은 것이다. 그래도 대대의 15명 정도의 소대장 중에서 소대장 8개월 차인 내가 전날 배속된 기관총 소대를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침투대장으로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대대에 학군단 동기가 8명 있었고 나머지 소대장들은 다 이사나 삼사 출신의 후임 소위들이었다. 하여튼 나는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하여야만 할 처지였다.
 작전장교가 작전 지도에 그려준 제1침투로를 따라 전진하여 제일 돌파선을 지나면서 미리 약속한 대로 무전기 키를 누르고 크게 한번 푸우 하고 불어대니 대대 통신 상황병도 즉시 푸우 하고 불어 응답할 때가 부대를 떠난 지 한 시간 반 정도 지난 새벽 한 시 경이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침투조의 전진은 그런대로 순조로웠다. 무전기는 개방하고 있었지만 일체 음성 통신은 제한했고 제일 돌파선 지나서 푸우 입김 한 번 그리고 상대 병력이 배치된 제이 돌파선 돌파 후 푸우 푸우 입김 두 번 그리고 답신도 같은 요령만이 통신대에서 약속된 유일한 침투작전 중 통신방법이었다.
 그러나 P-10 무전기를 짊어지고 침투조의 선두에 서서 전진하던 나는 제일 침투로를 따라 계속 소로를 따라 전진하다가 전방의 마을에서 짖어대기 시작하는 동내 개들의 요란한 소리에 그만 놀라 침투조원을 오던 길로 돌려 물러서고야 말았다. 상대편의 방어선으로 표시된 곳으로부터 약 일 킬로 떨어진 곳의 동내 개들은 수백 미터 정도로 접근하는 무리를 눈치체고는 동내가 떠나가라 짖어대는 것이었다. 만일 동내 부근에 상대편의 청음초나 경계병이 배치되어 있다면 즉각 긴장하여 경계를 강화했을 것이며 혹 본대에 이상 징후를 보고했다면 침투조의 적진 돌파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니 진땀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술 야간 훈련을 해봤지만 개 짖는 소리 때문에 낭패 보기는 처음이었다. 일단 동내 개들의 소동이 없는 곳까지 물러섰지만 다시 그 코스로 전진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나는 작전지도를 살피며 어느 길로 진로를 바꿔야 할까 하고 시작했다. 철모대신 방한모를 쓰고 담요 한 장과 판초를 어께에 걸치고 양손에 연막통 한 개씩 두 개를 들고 소대장인 나를 뒤따르던 대원들은 모두 자세를 낮게 하고 소대장인 나만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선임하사 장중사가
 “어! 내 총.”
 하고 놀랜다. 보니 이번엔 장중사가 총을 중간에 놓고 온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제 저녁 야간방어 작전 시 잃어버린 내 총을 찾는다고 전령을 데리고 부대 방어 진지를 배속된 기관총 소대장인 동기인 양 중위에게 맡기고 여기 저기 헤매다가 결국은 큰 낭패를 보고야 말았는데 이번엔 선임하사가 그 지경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즉시 선임하사에게 총을 찾으라고 뒤돌려 보내고 나 홀로 침투조를 이끌기 시작했다.
 코스를 바꿔서 좀 더 험한 산길을 택해 내가 선두에 서서 한참이나 전진했는데 길이 험하다보니 속도도 늦고 힘도 들어 속도가 지지부진했으며 변경한 길에서도 한참이나 걸려서 다른 마을 근처에 다다르니 역시 동내 개들이 짖어대기 시작해서 곧장 다시 되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뒤로 물러서서 시간을 살피니 4시 20분이다. 출발 전 정보장교는 달뜨는 시간이 4시 15분이라 방어선 돌파는 달뜨기 전에 완료해야한다 했는데 이미 달이 뜬 이후였다.
 처음부터 침투조를 뒤쫓던 심판관은 이제 적진 침투는 불가하니 부대로 돌아가자고 권유한다. 아마 심판관은 피곤했고 어쩌면 이 침투조가 한심하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즉시 거절했다. 지금 그대로 돌아갔다간 나는 침투 실패와 방어 시 배속부대를 포로로 잃은 책임추궁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럴 수 없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심판관님은 혼자 돌아가시오. 단 지금까지 우리가 침투하던 상황만 돌아가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심판관은 그러마고 하며 오던 길로 돌아갔고 잠시 후 나는 생각을 바꿔 대원들을 이끌고 작전지도에도 없었던 넓은 포장도로로 나섰다.
 한 밤중에 큰 길에는 인기척도 차량도 없었고 달빛만 흐르고 있었다. 나는 주저함 없이 앞장서서 걸었고 대원들은 묵묵히 따라왔다. 큰 길에서는 어디에서도 더 이상 개가 짖어대는 일이 없었다. 그 길은 나흘 전 부대가 이동할 때 행군했던 길로 진행방향으로 얼마 전진하면 우측은 양주 좌측으로는 파주로 향하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 도로 뒤의 야산 자락에 적 방어부대가 배치되어있음은 이미 부대에서부터 숙지하고 있었다.
 삼거리가 가까워지며 내가 긴장한 것 같이 뒤 따르는 대원들도 긴장한 분위기다.
 삼거리에 다가서서 자세를 낮추고 살펴보니 길 건너 야산의 능선에는 상대편 병사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산 능선의 스카이라인을 따라 무척이나 촘촘히 병력이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기상 기상하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군장의 반합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까지 들려 우리 모두 긴장했는데 상대방은 자신들의 코 앞 바로 아래쪽의 우리 침투조의 기척은 모르는 듯 했다.
 진퇴양난의 순간이었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선두의 나는 조용히 일어서서 길을 건너기 시작했고 대원들도 나를 따라 조용히 따라오기 시작했다. 길을 건너 적진 앞의 밭길을 따라 적진 사이를 조용히 돌파했지만 달빛아래 이동하는 우리를 상대편은 아무도 눈치체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가장 어려운 적 방어선인 제이 돌파선을 무사히 돌파한 것이다.
 나는 어느 정도 전진하면서 무전기 키를 누르고 두 번 푸우 푸우하고 입김을 불어대고 응답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전진하면서 다시 무전기에 푸우 푸우했으나 계속 응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소로를 따라 계속 전진하는데 제 이 돌파선을 약 이 삼백 미터정도 지나 야트막한 둔턱 앞에 이르러 이쯤이면 경계병이 배치되기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멈춰 살펴보니 발아래 파내 버린 지 얼마 안 된 생흙이 널려있는 것이 확인됐다. 그래서 눈을 들어보니 바로 수 미터 앞에 두 명의 병사가 판초우의를 뒤집어 쓴 채 떨면서 참호 안에 있음을 확인했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그 옆을 지나쳐 길을 따라 전진했고 대원들도 조용히 따라왔는데 그 홍군 두 병사도 역시 침투조가 자기들을 지나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쯤 되니 상대편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 정도 가시고 안도하게 되었는데 어느 정도 더 전진하고서 동내 곁에 잠시 멈췄다. 그 동내에서는 개도 없었는지 조용했다. 병력을 사주경계 시켜놓은 후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전지를 켜서 상황판 지도위에 투명지를 올려놓고서 지금까지의 침투경로를 그려놓고 나서 월남에서 근무했던 차 진오 병장을 불렀다.
"차 병장, 너는 지금부터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이제 일곱 시가 되면 우리 부대가 우리 침투해온 방향으로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차 병장, 이 투명지를 대대장님께 전하고 우리 침투조의 현황에 대해 보고해라. 알았는가.”
 “꼭 제가 가야만 합니까. 소대장님.”
 차 병장은 갑작스런 소대장의 명령에 순간 당황스러웠고 두려웠던 모양이었으나 곧
 “ 예,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가겠습니다.”
 대답하고 일어선다.
  나는 차 병장에게 투명지를 건네주고 들고 온 연막통을 다른 대원에게 인계시킨 후 출발시켰다.
 “소대장님 출발하겠습니다. 공격.”
 차 병장은 나지막한 소리로 부대 경례구호와 함께 경례를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나머지 대원을 이끌고 그 동내를 지나 바로 뒤 야산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은 후 휴식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니 여섯시 십분 전이었다. 드디어 상대방 모르게 적 후방으로의 침투에 성공한 것이었다.

 대원들이 휴식하는 중에 어두움이 가시기 시작했고 주위를 살펴보니 침투방향의 우측으로 개울 건너 산자락을 따라 적어도 대대급 정도의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부대에서 어제 정보장교가 알려준 적정배치도 그대로 방어부대의 예비부대로 보였다. 그리고 개울 따라 경작지를 연이은 도로를 따라 상대방의 전차도 몇 대 배치되어있음을 확인했다.
 지금이라도 적 전차에 접근하여 폭파라는 판을 걸어놓으면 적 전차를 무력화시켰다는 전과를 올릴 수 있지만 심판관도 없는 이 상황에 침투조를 환한 곳에서 노출시켜 산통 깰 이유는 없었다.
 7시가 지나고 이미 주간 사격이 가능할 정도로 서서히 밝아오면서 나는 무전기의 침투조 주파수를 대대의 주파수로 변경하고서 계속하여 무전기 수화기에 귀를 기울였다.
 여덟 시가 가까워지면서 무전이 잡히기 시작한다. 대대장의 음성이 들리고 일 중대장의 답신 내용도 잡히기 시작한다. 대대장은 일 중대와 삼 중대의 전진 속도를 조정하는 지시를 내린다. 무전 내용을 보니 대대는 일 중대를 좌로 삼 중대를 우로 그리고 내가 소속된 2중대를 예비중대로 해서 공격 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전기 감도가 좋아지는 걸 보니 상당히 접근해오는 모양이었다.
 개울 건너 적진에서는 병력들이 진지에서 미동도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제 주간 방어 작전 중 2중대는 대대의 예비대로 진지를 점령하고 서너 시간 이상 자리를 지켰지만 아무 상황도 없이 상황이 종료되어서 숙영지로 철수했는데 지금의 상대방은 어찌 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수없이 훈련을 많이 해왔지만 이렇게 적진 후방에서 상대편을 몰래 살피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대장이 침투조를 호출하기 시작한다.
 "독수리 하나. 독수리 하나. 나 독수리다. 응답하라.”
 독수리는 대대장요, 나는 독수리 하나로 미리 출발 전 정한 호출 명이었다.
 차 병장이 대대장을 만난 모양이다.
 나는 즉시 무전기 키를 누르고 응답했다.
 “독수리. 독수리. 여기 독수리 하나 이상.”
 무전기 키를 놓고 수화기에 귀를 기울이는데 조금 후 다시 대대장이 호출한다.
 “독수리 하나. 독수리 하나. 여기 독수리다. 응답하라.”
 나는 다시 응신했다. 그러나 다시 대대장이 서너 번 계속 호출한다.
 이상하다 하고 판단해보니 무전기가 송신은 되는데 발신이 안 되는 것이 분명했다. 상황이 판단되니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대장은 잠시 후 공격 부대의 지휘를 계속 하면서 두 번 더 나를 호출했고 나도 계속 응신하려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판단해서 침투조 작전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사방은 훤한 아침이고 햇살도 퍼지기 시작한 지 한참이다.
 무전기의 통신 내용을 들어서 곧 부대 돌격이 임박할 것이라고 판단한 나는 미리 지시해 논대로 대원들을 두 명씩 산개시키고 준비해간 연막통 전부를 숲속에 적당히 배치시켜 내가 신호할 때까지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는 조금 후에 이때다 하고는 손을 들어 행동 개시를 알렸다.
 곧 분대장 안 하사와 김 상병이 20개나 되는 연막통에 불을 붙이니 연막통마다 흰 연막을 내뿜기 시작한다. 금방 엄청 넓은 지역이 연막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부대, 함성과 함께 사격 개시!”
 기다렸다는 듯이 넓게 산개한 대원 모두 공포탄을 계속하여 쏘아대기 시작하자 조용하던 숲에서 요란한 총성과 함성이 울렸다. 연막은 계속 바람 없는 숲에서 번져나가 침투조원의 위치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대원들은 산자락 길가까지 전진해서 적당한 지형지물을 찾아 자리를 잡고 사격 자세를 취했다.
 얼마 안 있어 놀란 적병들이 도망쳐오는데 새벽녘 우리가 침투해온 쪽에 진을 쳤던 상대편 병사들이 군장을 허겁지겁 챙겨든 모습으로 황급히 우리 쪽으로 달려온다. 그러다가 우리 몇을 보더니 기겁을 하며 피하느라 방향을 바꿔 개울 쪽으로 튀어 내리니까 뒤쫓아 오던 병력들도 계곡 아래쪽으로 우루루 몰려 우리를 피해 달아나는데 완전히 겁에 질린 모습들이다. 거의 중대 병력 정도 되는 홍군들이 나 살려라 뛰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연막이 자욱한 산자락에 이곳저곳 모습을 들어 낸 우리를 본 경작지 건너편에 가까이는 백오십 미터로 부터 이삼백 미터 거리의 홍군들도 일순 동요하는 듯 했으나 자신들의 진지에서 계속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사실 상대편이 이쪽의 청군 병력이 열 명 정도의 침투병력임을 알아차렸다면 우리는 중과부적이다. 그런데 상대편은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 이거 실전이라면 총격이 피차간에 요란할 것이고 우측의 홍군 전차들의 화력이 집중되면 우리는 큰 피해를 입고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상대편에서는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됐는지 어떤 반응이 없는 걸 보고 내가 봐도 상대편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병력이 열 명 정도라는 걸 숨기기 위해 나는 병력을 더 전진 시킬 수는 없어 능선의 좌우로 배치시킨 상태로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좀 전 홍군이 도망치던 방향을 따라 흰색 완장을 팔에 두른 심판관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무슨 병력이냐고 물었다. 나는 엎드린 상태에서 손을 들고 대답했다.
 “청군인 75연대 1대대 2중대 1소대장 이 효철 중위입니다. 어제 저녁 침투조 임무를 받아 이곳에 침투했다가 조금 전에 홍군 후방에서 교란작전을 한 후 지금 이곳에서 상대방과 대치중입니다.”
 “그럼 방금 전 피어오른 연막이 이 침투조에서 피운 거란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연막통 이십 개를 사용했습니다.”
 심판관중 가장 선임인 소령이 여러 가지 질문을 해서 계속 대화하던 중 한참 뒤에 따라오던 심판관 두 명이 막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 홍군 전차 쪽으로 달려가며
 “전차! 격파, 격파, 포신 내려. 포신 내려!”
 하며 큰소리로 외친다.
 해당 홍군 전차 두 대는 처음에는 포신을 내려 격파됐다는 표시하기를 거부했으나 심판관들의 호통에 결국 두 대의 홍군 전차는 격파됐다는 표시로 포신을 내리는데 언제 나타났는지 우측의 산 언덕길로 전차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보니 보병들이 탑승한 청군 전차들이다. 푸른 깃발을 달고 있는 선두 전차 앞에 중대장이 자리 잡고 서서 무어라 외치고 있었다. 2중대 병력들이 전차에 탑승해서 방금 홍군들이 도망친 진지 사이를 뚫고 진격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격파된 홍군 전차를 지나쳐 침투조와 홍군이 대치중인 개울 길을 지나쳐 홍군을 산 뒤쪽에서 애워싸면서 부터 청군 병력들이 전차에서 뛰어내려 상대방을 포위하기 시작하니 진지에 있던 홍군들도 동요하기 시작하면서 군장을 챙겨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전차대 뒤로는 전차에 탑승하지 않았던 2중대원들이 계속 밀려들었고 대대장도 그 중간에 걸어오고 있었다.
 중대장은 우리 옆을 지나면서 침투조를 확인하고는 손을 흔들어 반가워하면서도 병력을 지휘하느라 분주해서 멀어져갔다.
 한번 기가 꺾인 홍군은 청군에 밀려 도망치기 바빴고 청군은 한껏 기세가 등등하여 계속 밀어 부쳤다.
 오른쪽으로 제법 지나쳐 홍군 예비대대 후방에 들어간 중대장은 큰 소리로 병력을 지휘했고 홍군은 계속 밀린다.
 대대장이 침투조를 확인하고 지휘봉을 흔들며 다가온다.
 “이 중위, 수고했어. 침투조 정말 잘했다. 아주 적당한 시기에 상대를 보기 좋게 흔들었다. 이 중위, 이제 침투조는 중대로 원대복귀 한다. 계속 공격하도록.”
 대대장이 다가와서 칭찬하면서 침투조 임무를 종료시키고는 곧 대대를 지휘하느라 앞쪽으로 이동했다.
 조금 뒤에 선임하사 장중사가 일개분대 병력을 이끌고 다가오는데 침투조의 군장을 챙겨 오느라고 뒤에 처져 오는 모양이다.
 “소대장님, 정말 수고했습니다. 대단했습니다. 야, 침투조 수고했다. 얼른 장비들 챙겨.”
 대원들은 선임하사 일행이 챙겨온 군장을 받아 담요와 판초우의와 야전삽을 배낭에 달고 방한모를 철모로 바꿔 쓰기 시작한다. 수통의 남은 물로 야간 위장도 지웠다.
 “장중사, 총은?”
 “예, 오던 길에서 찾았습니다. 중간에 지도 보던 장소에서 찾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소대장님.”
 “나도 마찬가지야. 그제는 내가 총 놓고 찾느라고 야간 방어 작전 산통 깼잖아, 괜찮아. 중대장한테는 뭐라 했나?”
 “그대로 보고했습니다. 그랬더니 알았다 하면서 아무 말씀 없었습니다.”
 “알았다. 장 중사. 혼났구먼.”
 “소대장님, 차 진호 병장입니다.”
 방한모 대신 철모를 쓰고 야간 위장도 지우고 완전군장으로 바꾼 차병장이 다가온다.
“그래 차 병장, 대대장이 무전으로 호출할 때 차 병장이 대대장을 무사히 만났다는 걸 알았지. 그래 중간에 별일 없었나.”
 “출발 후 얼마 안 되서 이동 중인 홍군과 마주쳐 얼른 숨었는데 서너 명이 나를 찾다가 찾기를 멈출 때까지 기다려 살피니 소대장님 방향이 아닌 곳으로 가는 걸 확인하고 다시 오던 길로 가서 아스팔트길을 건너 근처 산에서 기다리다가 대대장님을 만났습니다.”
 “수고했다. 차 병장, 특이사항 없었나?”
 “예. 대대장께서 무전해도 응답이 없어서 혹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무척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러다가 연막이 오르는 걸 보고 무사한 줄 알았습니다.”
 바로 대대 통신장교인 하 소위가 다가왔다. 하 소위는 내가 메었던 무전기를 직접 건네받아 점검을 해 보더니 수신은 가능한데 송신은 불가능한 상태임을 확인하고 머쓱해 했는데 사실 70년 초 당시 군대 장비의 상태는 그런 경우가 다반사였다.
 군장을 챙긴 대원들을 점검하고 곧 일분대원 전원은 장중사가 인솔한 화기 분대원과 함께 모두는 중대장 쪽으로 달려 이동했다.
 상황은 일방적이었다. 홍군은 완전히 기가 꺾여서 청군이 접근하면 쫓기면서 우왕좌왕이다. 그동안 여러 훈련을 해봤지만 이번처럼 쌍방이 밀고 밀리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언뜻 어린 시절 초등학교 운동회 때 기마전시합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육학년 때 기마전에서 나는 시작 전부터 기가 질려 있다가 첫 판에 내가 말 다리를 맡았던 기마가 무너져 시합이 끝날 때 까지 비참한 심정으로 운동장의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는데 그 기억이 그 순간 떠올랐다. 그 때 승리한 상대편이 시합이 끝나자마자 함성을 지르며 신나하던 기분이 바로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계속 밀리기만 하던 홍군들이 한참 후 조금씩 정신을 차린 듯 대열을 갖추고 조직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러자 곧 상황 끝이라는 전달이 무전으로 오면서 양 측은 공방을 멈추고 각기 부대별로 모이기 시작했다.
 침투조원은 대대장의 특별지시로 곧바로 점심식사시간까지 그 자리에서 두어 시간 눈을 붙였고 나도 잠에 골아 떨어졌다가 전령이 식사를 가져온 후에야 눈을 떴다.
 소대원들은 식사를 하면서 휴식 중이었는데 침투조로 참여했던 일분대원들은 한참 신나게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마을을 지나치는데 서너 명이 다가오다가 ‘야 누구냐. 야, 청군이다 잡아라.’ 하고 쫓아 와서 얼른 집 뒤로 숨어서 있으니까 조금 찾다가 ‘야, 없다. 가자.’ 하는 소리에 다들 언덕 위로 올라가는데 잡히는 줄 알고 한참 혼났습니다.”
 “그래도 월남 참전용사가 한결 낮구먼. 차 병장은 지난 중대ATT때에도 한 건하더니 잘하면 이번 일로 말년에 포상휴가 가게 됐네. 축하한다.” 분대장 안 하사도 차 병장을 치켜세운다.
 “분대장님, 연막통 불붙이는 요령을 잘 몰라 처음 쩔쩔맸습니다.”
  김 상병도 신이 나서 큰 소리도 떠들고 모두 웃어댄다.
 “분대장님, 도망치는 홍군이 내 바로 앞으로 뛰어올 때 보니 하사계급장이 있어 분대장 같은데 순간 저 무척 쫄았습니다. 일병이 하사만 보면 겁나는 거 군대에서 당연하잖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그 하사 말입니다. 이 쫄병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래서 길 아래로 후닥닥 뛰어내리다가 고꾸라지더니 얼른 일어나 뒤도 안보고 도망치지 않습니까. 그러니 뒤에 오던 친구들은 볼 것도 없더라고요.”
 하여튼 일분대원들은 제대 후에도 군대 이야기 자랑할 큰 건을 하나 올린 셈이다.
 그렇게 한참 식사중인데 홍군이 집결한 방향에서 전전날 행방을 감췄던 기관총 소대 병력이 양 중위를 선두로 행군해서 오고 있었다.
 대대의 모든 부대원들이 개선부대 맞이하듯이 손을 흔들어 기관총 소대를 반긴다.
 양 중위는 그날 소대원을 이끌고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이틀간 계속 야영하며 마냥 지내다가 오전에 공격 중이던 청군의 다른 부대와 조우하면서 대대의 집결지를 확인하고 나서 귀대한 것이다.
 어느 정도 휴식을 마치고 장비를 챙겨 부대로 출발할 준비를 하는 중에 평가회의를 다녀온 대대장은 얼굴에 희색이 가득하였고 중대장도 웬만큼 원기를 회복했는지 표정에 한결 여유를 찾은 듯 했다. 돌아온 기관총 소대장 양 중위가 대대장에게 가서 그간의 상황을 보고했는데 대대장은 평소처럼 화내거나 호통 치기는커녕 기분 좋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하며 다음부터는 정신 차려서 이런 실수하지 말라는 정도로 그 건을 마무리했다. 대대장은 그날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음은 물론 평소 스타일로 볼 때 대대장이 한번 일을 매듭지으면 걸로 끝이었으므로 양 중위의 사건 때문에 내가 더 걱정할 필요도 사라져 나는 큰 짐을 덜은 기분이었다.
 서둘러 대대는 20여Km 떨어진 부대로 복귀하기위해 행군을 시작했다.
 일주일간의 훈련을 위하여 수개월 전부터 휴가 및 외출 외박을 통제해가면서 각종 전술 훈련과 교보재 준비 및 점검으로 힘들었던 자유기동 방식의 연대의 전투단 훈련은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부대에 돌아와서는 그 힘들었던 훈련이 오히려 큰 이야기꺼리로 한동안 자리 잡았으며 침투조 중 차 병장을 포함해 두 명의 분대원이 포상휴가를 다녀왔다. 1대대의 침투대장인 이 중위는 군단장 표창을 받을 거라는 이야기가 한동안 퍼졌지만 얼마 후 군단장 표창은 장기 복무자인 다른 대대의 장교가 받았고 나는 여러 장교도 받은 연대장 표창을 받았다.
 얼마 뒤 양 중위는 기관총 소대장에서 대대 보급 장교로 자리를 옮겨 대대의 동기 중에서 제일 먼저 대대장 참모로 발탁되었으며 사람 좋은 화기중대장은 전역했다. 선임하사 장 중사도 전역했다. 그리고 2중대장은 중대장 임기를 절반정도만 채우고 연대의 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그 훈련으로 받은 그 연대장 표창장은 제대한지 40년이 거의 된 3년 전까지 어느 앨범 사이에 보관되어 있더니 이 글을 쓰면서 그 내용도 함께 소개하려 찾아봤지만 재작년 인천으로 이사 올 때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답글달기   -추천하기     -목록보기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권한이 없는 회원레벨
번호  글쓴이 제목 등록일 추천 조회
공지
 Master
 [관리자] 홈페이지 글 삭제규정 안내 2016-05-19 96 394
85
 조기웅
 노벨賞 斷想  1 2016-10-10 33 288
84
 조기웅
 '막달레나' 천사 2 2014-07-03 108 811
83
 조기웅
 '막달레나' 천사 1 2014-07-03 118 796
 이효철
 연대 전투단 훈련 이야기 2013-03-25 177 1503
81
 이효철
 어머니와 외가 2013-02-24 190 1427
80
 조기웅
 "告子章"에 붙이는 癸巳 劈頭 斷想 2013-01-10 250 1403
79
 이효철
 주중 낚시  1 2011-05-04 328 2321
78
 조기웅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1 2011-03-25 317 2708
77
 이효철
 만도리 2010-10-02 268 2711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DQ'Style